제 목 | [조선일보][해상풍력 세계1위 영국 르포] ②높이 140m 터빈 116기(基)가 움직이자 관광객이 몰려왔다(2019.09.22) |
날 짜 | 2019.09.25 |
지난 6일(현지 시각) 영국 북동부 험버 지역의 그림스비 항구의 스러져가는 수산 창고와 상점을 지나 차로 5분 가량 더 들어가니 세련된 붉은 벽돌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험버 지역의 해상풍력 사업 상당수를 운영하고 있는 덴마크 에너지 기업 오스테드(Orsted)의 사옥이다. 한때 석탄 수출과 어업으로 황금기를 누리다가 쇠락한 그림스비에 세워진 몇 안되는 최신식 건물로 어둠침침한 주변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2~3년 후면 오스테드 사옥 주변 어촌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오스테드와 지멘스가메사(Siemens Gamesa Renewable Energy) 등 굴지의 해상풍력 기업들이 험버 지역의 재건 사업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지멘스가메사는 독일 지멘스와 스페인 가메사가 2016년 4월 풍력 터빈부문을 합병하면서 만들어진 해상풍력 터빈 세계 1위 기업이다. 영국 남부 브라이튼 연안의 해상풍력 단지. /브라이튼다이버 ◇ 소음 때문에 반대…지금은 지역 부흥 ‘일등 공신’ 해상풍력 단지가 험버 지역에 들어선다고 했을 때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풍력 터빈 건설로 인한 소음 때문이었다. 규정에 따라 육지에서 7.5해리(14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공사를 진행했지만, 해상에서 어업으로 생계를 꾸리는 주민이 많아 소음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완공된 해상풍력 단지는 지역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험버 지역은 한때 영국의 철강과 석탄을 수출하는 대표 항만이었다가 침체기를 겪었다. 그러나 이 지역에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가 건설되면서 직·간접적으로 1만7000개의 에너지 관련 일자리가 창출됐다. 또 입주 기업들이 지역 인프라에 투자하고 학교와 주민센터에 지원금을 제공하면서 지역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오스테드는 그림스비 항에 60억파운드(약 8조7000억원)규모의 투자를 약속했으며 앞으로 10년 간 400명을 유지·보수(O&M) 기술 인력으로 고용할 예정이다. 또 낙후 시설 재건 등 지역 인프라에 1400만파운드(약 208억원), 지역 활동에 20년간 매년 46만5000파운드(약 7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험버 중심 도시 헐(Hull)에서 만난 50대 남성 그래험 리처슨은 "해상풍력 단지가 우리 지역에 부(富)를 가져다줬다"며 "대학생들은 물론 어부들에게도 다양한 일자리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20대 대학생 제임스 험버는 "안정적인 지역 전력 수급 도움이 되는 것에 더해 대학 교육에도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영국 북동부 험버 지역 그림스비 항구에 덴마크 에너지 기업 오스테드가 입주했다. 왼쪽 상단 사진은 석탄 및 철강 수출업의 쇠퇴로 낙후된 그림스비 항구 모습. 왼쪽 하단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오스테드 사옥. /이경민 기자 ◇ 해상풍력 단지투어로 관광 수입 ‘쏠쏠’ 영국 남부 휴양도시 브라이튼은 해상풍력 단지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방문객이 많이 찾는 휴양도시의 이점을 살려 해상풍력 단지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15~20인승 전동 보트를 타고 브라이튼에서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램피온 해상풍력 단지를 둘러보는 3시간 코스 프로그램이다. 140m 높이의 풍력터빈 116개가 움직이는 장관을 코 앞에서 볼 수 있어 학생들을 위한 견학 프로그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투어 비용은 1인당 35파운드(약 5만2000원)이다. 브라이튼에서 해상풍력 단지투어를 운영하고 있는 한 주민에 따르면, 보트 한 대 당 일주일에 평균 100~150명의 관광객이 투어에 참여한다. 브라이튼 주민들은 소음과 어업 방해에 대한 우려로 해상풍력 단지 건설을 반대했다. 그러나 단지 완공 이후 낚시 투어나 어업에 종사했던 주민들이 기존에 소유하던 보트를 활용해 관광업으로 전업하거나 어업과 관광업을 병행하면서 수입이 크게 늘었다. 또 풍력 단지를 견학하기 위해 브라이튼을 찾는 발길이 증가하면서 주변 식당과 숙박업소도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보트를 타고 램피온 해상풍력단지를 투어하면 풍력 터빈을 매우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이경민 기자 ◇ 초기 단계부터 주민 상담…산란기엔 공사 중단 영국 정부는 해상풍력 사업 진행 과정에서 주민들과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비결로 ‘조기 상담’을 꼽는다. 사업이 어느정도 진행된 후에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거나 보상 문제를 논의하면 반감을 사기 쉽기 때문에 되도록 신속하게 주민들을 위한 소통 채널을 가동한다. 브루스 클레멘츠 영국 국제통상부 해상풍력 자문위원은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사업자가 매우 초기에 주민 상담을 시작하고 사업이 끝날 때까지 상담을 계속한다"며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동의를 구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설이 진행되는 중에도 주민들의 불편사항을 듣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양식장을 운영하거나 어업이 활발한 지역에서 해상풍력을 건설할 때는 주요 어종의 산란기에 공사를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해상풍력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중에 버블 커텐(거품막) 공법을 개발하는 등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21/20190921015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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