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방문기 年발전량 8만5000MWh·이용률 32% 친환경에너지 생산 거점 ‘자리매김’ 2005년부터 투자, 기술 국산화 성과 “2025년까지 해상풍력 연매출 1조로”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에 위치한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전경. 10대의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모습. /사진=이가영 기자 @young1212 지난 5일 찾은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 제주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한 시간여가량을 내달리자 거대한 블레이드(날개)가 달린 풍력발전기가 줄지어 눈앞에 나타났다. 바다 한가운데 우뚝 선 10대의 거대한 하얀 바람개비는 해풍에 몸을 맡긴 채 3개의 팔을 쉴 새 없이 돌려댔다. 39년 만의 지각장마로 파도가 높아 가까이에서 보기는 어려웠지만 피어나는 해무와 거센 물보라 가운데서도 발전기는 전기를 만들어내는데 여념이 없었다
정부가 2030년까지 한국을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바야흐로 대(大)풍력발전의 시대가 열렸다. 비싼 건설·운영비와 낮은 발전효율 등 넘어야할 산도 많지만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중공업은 제주도에 국내 최초 상업용 해상풍력발전단지인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를 공동운영하며 해상풍력 강국 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650억원의 사업비가 투자 된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는 해상 약 8만㎡에 총 30메가와트(MW, 1기당 3MW) 규모를 갖추고 있다. 지난 2006년 8월 발전사업허가가 승인됐지만 이후 9년 동안 주민반발에 부딪혀 첫 삽을 뜨지 못한 불운의 발전소였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2015년 4월 착공에 들어갔고 2017년 9월 첫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결과는 상상이상이었다.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는 연간 발전량 약 8만5000MWh·이용률 31.7% 등을 기록하며 친환경에너지 생산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는 풍력시설 설계와 제조, 설치 등 모든 과정에서 기술의 완전 국산화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전 공정에 두산중공업의 첨단기술이 적용됐고 100% 국산기술로 해외 수출산업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우광호 탐라해상풍력발전 대표이사가 해상풍력발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가영 기자 @young1212 이날 만난 우광호 탐라해상풍력발전 대표이사는 “탐라해상풍력은 국내 최초 상업용 해상풍력발전으로서 대한민국 해상풍력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또한 두산중공업의 설계·제작·설치 등 전 분야에 걸쳐 첨단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해상풍력의 100% 국산 기술화를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에서 해상풍력에 대한 실적과 기술을 보유한 유일한 기업으로 꼽힌다. 2005년 풍력기술 개발에 착수한 후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꾸준한 투자를 이어온 결과다. 이와 관련 지난해 9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을 만나 “여러 대기업들이 포기하고 철수했는데 두산중공업은 끝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연구·발전해 오늘의 수준에 이르게 됐다. 두산중공업에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간의 노력에 힘입어 두산중공업은 제주도와 서해 등 전국에 총 79기, 약 240MW 규모 풍력발전기를 공급했고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 60MW, 제주 탐라 해상풍력 30MW 등 96MW에 달하는 국내 해상풍력발전기를 전부 만들었다. 올 6월에는 한국전력기술과 100MW(5.56MW급 18기), 1900억원 규모의 제주한림해상풍력 기자재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국내기업이다 보니 우리나라의 환경적 특성인 저풍속 환경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우광호 탐라해상풍력발전 대표이사는 “외산 대비 빠른 대응력은 장점이다. 설비고장이나 이상 발생 시에 빠르게 대응해 설비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급하게 제조가 필요한 설비가 발생할 경우 즉각 대응이 가능한 점 또한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만 아직까지 국내 풍력시장의 규모가 작아 글로벌 풍력 제작사보다는 기술력이 다소 낮은 것은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풍력발전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국가와 지자체가 정책이나 시스템을 세밀하게 잘 만들고 변함없이 지속적으로 해상풍력 산업이 크도록 밀어줘야 한다”며 “사업자는 영리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 하고 주민들과 공생하는 등 ESG경영 실천을 위한 노력을, 기자재업체는 설비투자는 물론 연구개발(R&D) 확장과 전문 인력 충원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에 위치한 탐라해상풍력발전 사무소(왼쪽)와 내부에 위치한 종합 상황실(오른쪽) /사진=이가영 기자 @young1212 마지막으로 그는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에 8MW급 풍력발전기 9기를 더 설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규모보다 2배반 가량 늘어난 수준”이라며 “금년 안에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과정과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친환경에너지 정책에 발맞춰 2025년 해상풍력사업을 연매출 1조원 이상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보유 중인 3MW급, 5.5MW급 해상풍력 발전기 모델 외에도 2022년 8MW급 모델까지 상용화할 예정이다. 사업 초기 30% 수준이던 부품 국산화율은 최근 70% 이상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제주를 해상풍력 전략전진기지로 삼아 지역주민과의 가교역할은 물론 영업과 마케팅 등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올 1월에는 제주사업소도 개설했다. |